일본 정부가 이달 들어 가파르게 진행된 엔화 강세에 대처하기 위해 160조엔(약 1837조원) 규모의 일본공적연금(GPIF)을 동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미국으로부터 강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에 대응하기 위해 운용자산 규모가 커 ‘고래’로 불리는 GPIF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하고 있다. 엔화 값은 지난 26일 2년10개월 만의 최고치인 달러당 104.5엔을 찍은 데 이어 연일 달러당 105엔대의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엔화 강세가 지속되면 일본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환율 조작’ 의심을 받아가면서까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따라 공적연금인 GPIF를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GPIF는 160조엔 규모 운용자산을 국내채권 35%, 국내주식 25%, 해외채권 15%, 해외주식 25% 식으로 배분해 투자하고 있다. 이 중 주목받는 것은 해외채권 투자다. GPIF가 해외채권에 투자하면 대규모 엔화 매도가 동반되기 때문에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GPIF의 해외채권 운용 규모는 29조엔(약 333조원)으로 전체 운용 자산의 18%에 달한다.

크레디아그리콜도 “현재 엔화 환율을 고려할 때 GPIF가 해외채권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상황이 바뀔 수도 있지만 당장은 (달러화 환율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