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바논과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각지에서 일어난 폭파 공격 배후에 이스라엘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재총선을 앞둔 이스라엘이 역내 라이벌국인 이란 등 이슬람 시아파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하면서 레바논·시리아 등에 있는 이란 대리군에 공습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일련의 공격 사건은 이스라엘이 이란과 이란 대리군에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중동 일대에선 최근 수주간 여러 공격 사건이 일어났다. 이라크에선 이란과 밀접한 관계로 알려진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주둔지와 무기고에서 지난달 말부터 네 차례 폭발 사건이 벌어졌다.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는 이를 두고 이스라엘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26일 “지난 한 달간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은 터무니없는 행동을 벌였다”며 “침략을 반복하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레바논에서도 이스라엘군과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 사이 충돌이 이어졌다. 지난 24일엔 헤즈볼라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상공을 침입합 이스라엘 공격용 무인기(드론) 두대 중 한 대가 추락했고, 다른 한 대는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밝혔다. 영국 더타임스는 당시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이 레바논의 정밀 미사일 생산 시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6일과 지난 28일에도 드론을 이용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기지 등을 공습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4일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의 이란 관련 군시설을 폭격했다. FT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공습에 대해서만 공식 인정했다. FT는 “분석가들은 레바논의 헤즈볼라 세력과 이라크 등에서 친이란 세력에 대해 벌어진 공격도 이스라엘이 벌였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다음달 17일 열리는 재총선을 앞두고 이란 등에 대놓고 강경 노선을 타기로 했다고 보고 있다.

전직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는 FT에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연이은 공격은 이스라엘이 이란 등 역내 각국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선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 정권을 잡은 2009년엔 이란이 중동에서 거의 고립된 국가였지만, 지금은 이스라엘 국경 100m 범위(시리아)에 이란 대리군이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런 상황은 상당한 정치·군사적 위험”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총선을 치렀지만 지난 5월 말 재총선을 열기로 결정했다. 집권 리쿠르당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이 연립정부(연정) 구성에 실패해서다. FT는 “네타냐후 총리는 집권 10년만에 가장 큰 시험을 앞두고 있다”며 “설문조사에선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가 이끄는 청백당과 접전을 벌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강경 노선이 오히려 중동 일대 친이란 세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벨기에 소재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의 마리아 팬태피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잇단 공격이 이란과 이라크 등 친이란 세력을 더욱 결집하게 만들어 역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