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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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들어 본격적으로 심화하고 있는 엔화강세에 일본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운 모습입니다. 현재 수준으로 엔화강세가 유지될 경우, 일본 주요 20개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2조85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이란 추산도 나왔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달러 당 106엔, 유로 당 117엔 수준인 현재 환율이 유지될 경우, 일본 주요 20개사의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의 영업이익 합계가 2500억엔(약 2조8463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달 들어 엔고 우려 탓에 일본 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가 5%가량 하락했는데 엔고 현상에 따른 일본 경제의 충격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본 기업들이 올해 상정했던 엔화 값에 비해 엔고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실적 전망치의 근거가 되는 예상 환율을 공개한 360개사의 평균 환율을 살펴보면 일본 기업들은 달러당 108.9엔, 유로 당 124.6엔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 환율이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주요 20개 수출기업의 영업이익이 2500억엔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점쳐졌습니다.

달러화 약세의 영향은 미국 매출비중이 높은 일본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7개 자동차 회사 전체로는 1090억엔(약 1조2409억원)의 이익감소 효과가 예상됩니다. 스바루, 닛산, 혼다가 각각 300억엔 가량 영업이익이 줄어들 전망입니다.

히타치제작소, 가와사키중공업도 수십억엔에서 100억엔대 영업이익 감축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유럽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유로화 대비 엔화 강세에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환헤지 작업을 비교적 철저히 했다는 소니의 경우, 달러화 환율 변동의 영향은 거의 없지만 유로화 대비 엔화가 강세를 보인 탓에 230억엔(약 2618억원)가량의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코니타미놀타 그룹도 유로화 대비 1엔의 엔고가 진행될 경우, 영업이익이 6억엔(약 68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2009년 달러화 대비 1엔어치 엔화강세가 진행되면 200대 주요 기업의 경상이익이 0.98%감소했지만 올 3월에는 감소폭이 0.48%줄어들 정도로 일본 기업들은 달러화 대비 엔고 충격에 대한 대비를 장기간 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유로화에 대해서도 엔화강세가 뚜렷해지면서 그간의 대책이 상당부분 무력화된 모습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엔화강세의 속도가 기업의 예상을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일본 기업들의 대응에 한계가 있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엔화강세를 부추길 요인이 산적해 있어 일본 기업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확산하는 가운데 엔화강세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 하반기 일본기업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