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휴전 상태였던 양국 갈등이 타협의 여지가 없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로이터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적대관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리 하리하란 NWI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더하면 더할수록 중국도 더 화를 낼 것”이라며 “시장의 모든 것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시점이 ‘최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번 공격이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국가 현안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기간에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무방비 상태인 ‘휴전 기간’에 일격을 받은 것이어서 타협 모색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니 글레이저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선임연구원은 “타협 가능성은 이미 지나갔다. 미·중 정상은 이제 ‘싸워야 한다’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기가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로드리고 캐트릴 내셔널호주은행(NAB) 선임 환율전략가는 “미·중 무역분쟁은 이제 완전히 악화돼 환율전쟁으로까지 번졌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포치’(破七: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를 의도적으로 허용한 것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 투자은행 코언앤드코의 크리스 크루거 연구원은 “중국의 보복 단계가 가장 약한 1부터 10까지 있다면 포치는 11단계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단기적으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언 린겐 BMO캐피털마켓 채권전략책임자는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답을 한 것”이라며 “이제 위안화 가치가 얼마나 더 약세를 보일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6일 사설에서 “미·중 협상팀이 이달 긴밀하게 소통하기로 했었지만 미국은 (추가 관세 부과라는) 일방적인 행동으로 협상을 좌절시켰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양국 무역관계에 먹구름이 끼었으며 협상은 심각한 난관에 부딪쳤다”며 “배신자(미국)는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