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장하는 개헌에 우호적인 의향을 내비쳐 주목된다. 지난 21일 치러진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자민당 등 개헌세력이 개헌 발의선인 정족수 3분의 2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지만, 국민민주당이 태도를 바꿔 개헌에 찬성할 경우 개헌발의선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참의원에서 24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인 국민민주당이 개헌과 관련해 최근 입장을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나는 다시 태어났다. 국민민주당도 개헌 논의는 진행하겠다.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와 부딪치겠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국민민주당이 개헌에 대해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일본 언론은 해석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개헌에 반대하는 야권에 ‘개헌 논의에 참여하라’고 압박해왔다. 아베 총리의 주장은 일단 야당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인 뒤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돼왔다.

일본 정통 야당인 민주당·민진당 세력에서 떨어져 나온 국민민주당은 개헌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의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의 첫발을 내딛는 것으로 평가하는,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을 추진하기 위해선 참의원 245석 중 164석이 필요하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에다 개헌에 찬성 입장인 일본유신회 등을 합쳐도 160석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 참의원에서 24석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민주당이 개헌발의에 참여하면 여유롭게 개헌발의선을 확보하게 된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