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뒤 중국의 대미(對美) 투자가 지난 2년간 9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세계 경제를 이끄는 2대 경제권이 분리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리서치회사 로디엄그룹 자료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직접투자가 2016년 465억달러(약 54조7119억원)에서 2018년 54억달러로 88.8%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중 갈등으로 미국은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중국은 경기 둔화로 외국으로의 자본 유출을 통제하면서 대미 기업 인수합병(M&A)부터 부동산 매입까지 모두 감소한 탓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고치겠다며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규제를 가했다. 또 중국 기업들의 M&A에 대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식으로 틀어막았다. 지난해 중국 관련 회사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막았고, 중국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 파이낸셜의 미 머니그램 매입에도 제동을 걸었다.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는 한편 자국 기업과 중국인들의 대미 투자를 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 구매가 금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했다. 부동산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광적인 매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인 투자자들은 23억달러 규모의 미국 부동산을 사들였지만 31억달러어치를 처분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냉전’이 기존 흐름을 뒤집는 데 일조했다”며 “경제적 통합을 강화해온 세계 최대의 미·중 경제가 분리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중국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NYT에 “직접 투자가 급감했다는 사실은 미·중 경제 관계가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상징한다”며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는 양국이 무역협상을 최종 타결하더라도 중국의 미온적 투자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