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미국 가입자가 8년 만에 감소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본격 전환한 뒤 처음이다. 하반기부터는 월트디즈니, NBC유니버설, 워너미디어, 애플 등이 줄줄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어 넷플릭스의 실적을 더 압박할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넷플릭스는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하고 미국 가입자가 13만 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30여만 명이 증가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미국 가입자 감소는 넷플릭스가 DVD 주문 시스템과 스트리밍 플랫폼을 분리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이날 정규장에서 0.97% 하락한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11.97% 추가 폭락했다.

해외 가입자는 2분기 283만 명이 증가해 전 세계로 따지면 270만 명 늘어났다. 하지만 이 수치도 시장 예상치 500만 명의 절반에 불과하고, 작년 동기 550만 명 증가보다 훨씬 적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49억2300만달러(약 5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어났지만, 당기순이익은 2억7100만달러로 29% 감소했다.

구독자 수가 예상에 못 미친 원인으로는 구독료 인상이 꼽힌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신규 가입자, 3월부터는 기존 가입자까지 포함해 월정액 이용료를 월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올렸다. 넷플릭스 측은 “미국 등 일부 지역의 요금 인상과 전분기에 비해 새롭게 공개한 콘텐츠 비중이 낮았던 점 때문에 가입자가 전망치를 다소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하반기부터는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 등 미디어 공룡들이 줄줄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넷플릭스에 빌려주던 ‘더 오피스’ ‘프렌즈’ 등 인기 콘텐츠를 줄줄이 회수해간다. 넷플릭스가 거대 미디어 공룡들과 차, 포를 떼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