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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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 지침은 자주 바뀐다. 특히 ‘염분 섭취를 제한하라’는 지침은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틀린 말일 수도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미국의 국립의학아카데미는 최근 심혈관 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300㎎(1티스푼 조금 넘는 소금양)으로 제한하라는 조언을 반복했다.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한 기사는 그런 견해를 지지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150가지 식품 범주에 자발적인 나트륨 제한을 가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은 다르다. 이런 권고들은 그동안 의학이 발전하면서 알아낸 새로운 사실을 무시하는 것이다. 또 국민의 건강을 오히려 해롭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사람을 대상으로 나트륨 섭취에 관해 60년간 연구했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했고, 많은 언론이 이를 기사화했다.

우리는 질병에 걸릴 위험을 낮추고 기대수명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적정 나트륨양이 얼마인지를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과 달랐기 때문이다. 가장 적정한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3000~5000㎎ 사이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반적인 권고치보다 상당히 높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3200㎎ 이하로 떨어지면 사망률이 높아지고 기대수명이 급격히 단축됐다.

적절한 나트륨은 원활한 신경전도, 근육 수축, 혈액 흐름 등을 보장한다. 신체 모든 세포에 충분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데 필요한 균형을 유지시켜준다.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 필수적인 게 바로 나트륨이다.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된 것처럼 인간의 생리학은 나트륨 균형을 정확하게 유지하기 위해 뇌가 주도하는 복잡한 과정을 진화시켰다. 만약 우리가 나트륨을 너무 적게 섭취한다면 우리의 신장은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우리 몸에 나트륨이 부족하면 우리의 피부, 창자, 신장에 있는 (꼭 필요한) 나트륨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그 문제는 소금이 부족해서 생기는 이 긴박한 사태에 비하면 ‘작은 충격’에 불과하다. 나트륨 부족은 신체 기능을 유지·조절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그들의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즉 몸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먹는다. 정부와 반(反)나트륨 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나트륨 평균 섭취량이 하루 3600~3700㎎으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영국 정부는 2005년 현재 FDA가 권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이후 영국인들은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그들의 식습관을 조절했다. 그러나 2014년 영국 정부는 가공식품의 나트륨 함량은 감소했지만, 영국인의 나트륨 섭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국립의학아카데미의 권고와 설명이 현실에 잘 맞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FDA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하다. 혈청 나트륨이 필요한 수준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FDA가 실제로 미국인의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데 성공한다면 이것은 곧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물론 과다한 나트륨 섭취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년 이상 남성에게는 질병과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전체 연령대의 국민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미국 농무부와 보건복지부는 5년간 적용될 연방 식량 지침을 심의 중이다. 내년에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가능한 한 모든 연구와 근거를 살펴 식이요법 지침에 반영해야 한다. 어떤 지침이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정부 정책도 소금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나트륨

험프리 데이비가 1807년 녹은 수산화나트륨(NaOH)에 전류를 흘려 처음으로 나트륨을 발견했다. 나트륨의 영어 이름인 소듐은 한때 유리를 만드는 데 재를 사용했던 수송나무(glasswort)의 로마 이름을 따 소다눔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나트륨은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꼭 필요한 원소다. 우리 몸의 수분 조절을 돕는 가장 중요한 전해질이다. 소금(염화나트륨)이 너무 많으면 우리 몸이 너무 많은 액체를 포함하게 돼 혈압이 올라간다. 하지만 소금 과다 섭취의 장기 효과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법률로 음식물 제조 과정에 들어간 소금이나 나트륨의 양을 표시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1g의 소금에는 0.4g(400㎎)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원제:Are You Getting Too Much Saltin Your Diet? Probably Not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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