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닷새 앞두고 미국 정부가 중국의 대형은행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중국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 대상인 북한 조선무역은행을 위해 1억달러의 돈세탁을 해 준 것으로 알려진 홍콩의 유령회사와 협력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지방법원이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불응해 법정모독죄 결정이 내려진 사건을 24일(현지시간) 심층보도했다. WP는 자체 취재 결과 법정모독죄 결정을 받은 회사는 중국교통은행, 중국초상은행, 상하이푸둥발전은행이라고 추정했다.

WP는 연방지방법원이 소환장을 발부한 이유에 대해 조선무역은행과 연관된 홍콩 유령회사와 거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하이푸둥은행이 미국 애국법에 따라 발부된 소환장에 불응한 것으로 법원 기록에 적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미 재무부나 법무부가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상하이푸둥은행을 미 금융시장에서 퇴출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상하이푸둥은행은 자산 규모가 9000억달러(약 1040조원)에 달하며, 중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은행이다. 미국 골드만삭스와 맞먹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지점을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달러화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가지고 있다. 미국 거래가 중단되면 이 은행은 사실상 국제금융시장에서 퇴출된다.

이 보도가 나오자 중국 정부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금융회사,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 외국에서 현지 법규를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며 “동시에 우리는 미국이 중국 기업을 확대 관할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세 은행도 일제히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또 “미국 법원 조사는 미·중 양국 간 형사사법협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관련 규정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는 성명을 내놨다.

미 금융시스템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 은행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중국초상은행은 전 거래일보다 4.82% 하락한 36.13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중국초상은행는 장중 한때 8%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중국교통은행과 상하이푸둥은행도 각각 2.86%, 3.08% 하락 마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