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패' 터키 집권당…이스탄불 시장 재선거도 패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집권당 정의개발당(AKP)의 요구로 치러진 터키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에서 야당이 또 승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은 25년 만에 ‘제1 도시’ 이스탄불을 야당에 내줘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시장 재선거 개표 결과 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의 에크렘 이마모을루 후보(49·사진)가 54.21%를 득표해 시장 당선을 확정지었다. 여당 AKP 후보로 나선 비날리 이을드름 전 터키 총리(63)는 44.99%의 표를 얻었다.

터키 최고선거위원회는 지난 3월 31일 치러진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자 지난달 6일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명령했다. 이마모을루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여당은 부정 투표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도 “국민은 이스탄불 재선거를 원한다”며 노골적으로 선거위원회를 압박했다.

이번 재선거에서도 야당이 승리를 거두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여당은 이스탄불에서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는 평이다. 3월 선거에선 두 후보 간 득표율 차이가 0.28%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이번 재선에선 격차가 약 9%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이스탄불에서 여당 후보가 시장 당선에 실패한 것은 25년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1994~1998년 이스탄불 시장을 지냈다. 그는 그간 “이스탄불에서 이기면 터키에서 이기는 것”이라며 여당의 이스탄불 수성을 강조해왔다.

외신들은 이번 결과가 기존 터키 정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마모을루 후보와 CHP당은 터키 정부의 경제 정책이 실패했다며 기존 정권의 장기 집권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략으로 유권자 지지를 얻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내각책임제 정부에서 총리직을 3연임한 뒤 2014년 터키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7년엔 내각제를 대통령중심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실질적 국가 원수에 올랐다.

터키 경제는 지난해 3~4분기 연속으로 역성장했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1.3%에 그쳤다. 작년 12월부터 올 2월까지 만 15~24세 청년실업률은 26.7%로 터키 당국이 조사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을 기록했다. 싱크탱크 카네기유럽의 시난 울겐 객원연구원은 “이번 투표 결과는 여당에 대한 경고”라며 “터키 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