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만만 유조선 피격 사건 이후 미국과 이란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자 이란은 “핵협정 이행 범위를 더 축소하겠다”고 받아쳤다.

16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 CBS, 폭스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며, 그것이 미국이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 행정부가 합의한 이란핵협정은 사실상 이란의 핵무장을 용인하는 내용이었다”며 “그래서 미국은 이란핵협정을 탈퇴했고, 이란이 정상적인 국가로 행동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3일 오만만에서 일어난 유조선 두 척의 피격 사건에 대해서도 이란을 공격했다. 그는 “이란이 ‘항행의 자유’를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등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에 크게 의존한다”며 “이 국가들도 미국의 행동에 동참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군사적 대응도 선택지에 있냐는 질문에는 “물론이다”고 답했다. 다만 “이란과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란은 미국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협정에서 더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날 이란원자력청(AEOI)이 이란핵협정 이행 범위 축소 방안 2단계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타스님통신에 따르면 AEOI는 테헤란에서 서남쪽으로 240㎞ 거리에 있는 핵시설 아라크 중수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핵 발전에 필요한 중수 생산량 확대, 아라크 중수로 재설계 계획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협정 당시 이란은 열출력 40㎿급 아라크 중수로를 20㎿ 이하 연구용 원자로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바뀐 설계가 적용될 경우 아라크 중수로에선 플루토늄을 핵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없을 정도의 소량만 생산하게 된다.

이란은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 선언 1년 만인 지난달 8일 핵협정 이행 축소 1단계 조치를 발표했다. 유럽이 60일 이내에 핵협정 내용대로 이란과의 교역·금융거래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저농축우라늄과 중수 보유 한도 등 기존 핵협정 조항을 준수하지 않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당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유럽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아라크 중수로 변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란핵협정 서명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그간 이란과 수차례 접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란과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해 무역을 할 수 있도록 금융 특수목적법인(SPV)인 ‘인스텍스’가 지난 1월 설립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이란은 다음달까지 이를 가동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