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혁명수비대가 공격…영상 증거 있다"
이란 "미국·이스라엘 정보기관 공작일 것"

13일(현지시간) 오만만에서 유조선 두 척이 피격된 사건을 두고 중동 정세가 다시 소용돌이치는 모양새다. 미국과 이란은 이번 사건 배후로 서로를 지목하면서 설전을 벌이고 나섰다.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열고 “미국 정부는 유조선 공격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한다”며 “국제 사회가 이란의 민간 선박 공격을 비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폼페이오 미 장관은 “이는 작전 수행에 필요한 전문성과 무기, 정보 수준 등을 고려한 결론”이라며 “이란은 최근 비슷한 방식으로 선박에 공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이번 공격은 이란이 미국과 미국 동맹국을 겨냥해 벌인 공격의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라며 “(이란은) 지난 40년간 부당한 공격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이란은 공격 의혹을 즉각 부인하고 오히려 이번 사건이 미국 등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언 이란의회 외교위원회 특별고문은 14일 트위터에 “일대 원유 수출 불안을 일으킨 주요 용의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라고 썼다.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중동 모든 국가는 역내 불안을 조성해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 친 덫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테러 시기를 보면 ‘매우 의심스럽다’는 말도 부족할 정도”라며 “이란 최고지도자가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협력을 논의하던 중에 일본 관련 유조선이 공격 당했다”고 주장했다.

설전이 오가는 양상에 미국은 ‘이란 배후설’ 증거를 즉각 공개했다. 미군은 이날 오만만에서 피격당한 유조선 ‘코쿠카 코레이져스’ 관련 영상을 공개하고 이번 공격이 이란혁명수비대(IRGC)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중동에 주둔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공개한 영상엔 10명 안팎을 태운 한 경비정이 코쿠카 코레이져스 측면에 접근해 배에서 불상의 물체를 떼어내는 모습이 담겼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현지시각 오후 4시10분 IRGC의 경비정이 코쿠카 코레이져스에 접근했고 미폭발 기뢰를 제거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군은 이날 제거 전 배에 붙은 기뢰를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했다.

이는 다소 이례적이란 평이다. 미국은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영해에서 발생한 유조선 공격에 대해서도 이란을 배후로 지목했으나 그간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29일엔 UAE 아부다비에서 “역내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증거를 봤든 안봤든간에 이란이나 이란의 대리군이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이번 사고 공격 주체를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고 “사실 관계를 면밀히 파악해 사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한다”며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에 대해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역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며 “세계는 지금 걸프 해역 일대 대규모 충돌을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만만에선 노르웨이 기업이 운용 중인 ‘프런트 알타이르’호와 일본 기업이 용선주인 ‘코쿠카 코레이져스’가 이란 남부 해안에서 45㎞ 떨어진 지점에서 피습당했다. 두 배는 선원 구조 후 오만만에 정박 중이다. 당초 프런트 알타이르호는 화재 후 침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용선주인 프런트라인 측이 이를 부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미한 부상을 제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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