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저강도 핵실험을 비밀리에 했다는 주장이 미국 정보당국에 의해 제기됐다. 이 주장이 사실이면 러시아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어기는 첫 사례가 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로버트 애슐리 중장은 미국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미국은 러시아가 아마도 ‘무수율(zero yield) 실험’ 방식으로 모라토리엄(핵실험 동결)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무수율 실험’은 폭발할 때 핵에너지를 극소량만 방출하는 작은 규모의 실험을 뜻한다. 미국은 핵실험 장소로 북극해 군도인 노바야제믈랴제도를 꼽았다. 애슐리 중장은 “러시아의 실험 활동은 핵무기 능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SJ는 “미 정보당국이 CTBT 합의 위반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며 “러시아의 핵실험이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는 모든 국제조약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며 “미국의 이런 발언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반발했다.

CTBT는 어떤 규모의 핵실험도 금지하기로 한 국제 협약으로 1996년 체결됐다. 이후 러시아를 포함한 160여 개국이 비준했다. 핵보유국인 미국과 이란, 이스라엘 등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이 협약을 따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87년 체결된 미·러 간 핵무기 제한 조약인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의 효력을 중단하는 법안을 30일 하원에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 2월 “러시아가 INF 협정을 계속 준수하지 않으면 미국도 조약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