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 달아오른 英 '포스트 메이' 경쟁…노딜 브렉시트 위험 커진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지난 24일 보수당 대표 및 총리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차기 총리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집권 보수당 유력 인사들은 저마다 안갯속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잇달아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메이 총리 후임자는 그가 3년 집권 기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브렉시트를 매듭지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 시한을 10월 31일까지로 미뤄 놓은 채 구체적인 방안은 의회와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대부분 브렉시트 강경파로 분류돼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 없이 EU 탈퇴)’ 가능성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메이 총리가 다음달 7일 보수당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힘에 따라 보수당은 당대표 경선 레이스에 들어갔다.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은 집권당 대표가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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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보수당 대표에 도전장을 던질 인물은 최소 열 명 이상으로 관측된다.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 에서드 맥베이 전 고용연금부 장관, 로리 스튜어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이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또 맷 핸콕 보건부 장관과 도미니크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앤드리아 레드섬 전 하원 원내총무 등도 지난 주말 당대표 도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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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차기 총리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은 메이 내각에서 첫 외무장관을 맡았던 존슨이다. 존슨 전 장관은 2016년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할 당시 국민투표를 찬성으로 이끈 ‘EU 탈퇴파’의 리더격 인사다. 보수당에서도 대표적인 브렉시트 강경파로 분류되는 그가 차기 총리로 선출되면 영국 정부가 EU에 더 단호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는 줄곧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판하며 EU와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4일에도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맞더라도 10월 31일까지 반드시 브렉시트를 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을 내놨다. FT는 “이런 이유로 존슨 전 장관이 EU 탈퇴파 가운데 지명도가 높고 보수당 강경파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태도는 보수당 내 EU 잔류파나 ‘소프트 브렉시트(EU 관세동맹·단일시장 잔류)’ 지지파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맥베이 전 장관과 스튜어트 장관 등이 이 같은 강경 노선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튜어트 장관은 25일 “존슨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다”고 비난하며 “그가 당선된다면 내각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존슨 전 외무장관뿐만 아니라 랍 전 브렉시트부 장관,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 헌트 외무장관 등도 만만치 않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은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즉각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 조기 총선을 이끌어 낸다는 입장이다. 또 메이 총리가 제안한 EU 탈퇴 협정 법안을 통과시켜 약속대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다시 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메이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세 차례 부결되며 사의를 밝히기에 이르렀다. 보수당은 메이 총리가 당대표에서 사임하는 다음달 7일 이후 경선을 시작해 7월 말께 당대표와 총리를 확정할 계획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