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회장. 사진=연합뉴스
손정의 회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3,4위 이동통신사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에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두 회사의 합병이 또 다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손 회장은 2014년과 2017년에도 두 회사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의 반독점 부서 관리들은 T모바일이 265억 달러(약 31조6000억원)에 스프린트를 인수하는 방안에 반대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통상 실무 부서의 의견(권고)을 따른다. 법무부는 한 달 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반독점 부서 관리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일해온 인사들로 이번 합병에 대해 이전부터 회의적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T모바일은 공격적으로 통신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라이즌과 AT&T 같은 1,2위 사업자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위해서다. 법무부 반독점 부서 관리들은 이런 시장의 역동성을 유지하고 싶어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이 성사되려면 법무부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하다. FCC는 합병에 우호적인 분위기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지난 20일 T모바일의 스트린트 인수를 승인하도록 다른 4명의 FCC 위원들에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이 위원장은 “FCC의 두 가지 최우선 과제는 전원 지역의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5G 사업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증진하는 것”이라며 두 회사의 합병이 이런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6년 내에 미국 인구의 99%를 커버할 수 있는 5G 통신망을 구축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스프린트의 선불제 휴대전화 사업인 부스트 모바일을 처분하기로 했다.
'손정의의 꿈' T모바일-스프린트 합병, 또 날아가나[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브렌든 카 FCC 위원도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 표를 던지기로 했다. FCC 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다.

현재 미 이동통신 시장은 버라이즌과 AT&T가 각각 34% 가량, T모바일이 18%, 스프린트가 12%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2강(强) 구도’다. T모바일과 합병이 성사되면 시장은 버라이즌, AT&T, T모바일-스프린트의 ‘3강 체제’로 재편된다.

합병이 성사되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꿈도 이뤄진다. 손 회장은 미 통신시장 제패를 위한 첫걸음으로 2013년 220억달러에 스프린트를 인수했다. 이어 2014년과 2017년에 도이치텔레콤이 대주주인 T모바일과 합병을 추진했지만 정부의 승인을 얻는데 실패했다. ‘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익단체와 노동단체, 민주당 의원들은 두 회사의 합병이 요금 인상과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법무부 반독점 부서도 경쟁 저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