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인들이 이달 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유럽연합(EU) 체제에 반대하는 포퓰리즘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는 EU 소속 28개국 시민 5억 명이 의원 751명을 선출한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 아흘라이트너 도이체방크 회장은 “특정 사회계층을 무시하고 포퓰리즘을 주장하는 이들에 맞서야 한다”며 “유럽의 다양성과 문화 다원주의는 중국이나 북미 등에 비해 커다란 이점”이라고 말했다.

지난주엔 도이체방크, 코메르츠방크 등을 회원으로 둔 독일 은행협회가 “민족주의·고립주의·보호주의에 강력 반대한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을 시작했다. 협회는 “유럽을 성공적인 미래로 이끌고자 하는 친EU 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항공업체 루프트한자의 카스텐 슈포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우리의 유럽’은 유권자들 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선 극우 포퓰리즘 정당이 약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부상하면서 EU 체제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유럽의회 투표 이후 프랑스 국민연합(RN) 등 주요 포퓰리즘 정당 의석 비율이 현재 15%에서 20~25%로 높아질 것”이라며 “신규 정당까지 포함하면 포퓰리즘 정당 비율이 35%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U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독일 기업에 악재다. 독일 무역협회는 “독일 수출의 약 60%가 EU에서 이뤄지고, 일자리 수백만 개가 국경 간 무역에 의존한다”며 “EU 단일시장은 경제 번영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단합된 EU를 통해서만 미국 중국 등 다른 강대국과 동등한 처지에서 협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FT는 “독일은 유로화와 EU 단일시장 체제의 최대 수혜국”이라며 “반EU 포퓰리즘이 독일 시장에 위협이 되다 보니 기업인들이 특정 정당 지지를 호소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