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무(桓武)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다. 한국과의 인연을 느끼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68세 생일 기자회견에서 일왕가(家)가 한국과 혈연관계가 있음을 시인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사 전문가인 케네스 루오프 포틀랜드대 교수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순수한 일본민족이나 만세일계(萬世一系) 신화를 믿는 일본인들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아키히토 일왕 발언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재임 중 한국에 친밀감을 드러내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 그는 “한국과의 교류는 불교나 지식 전달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부채 의식을 드러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방일 때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방일 때는 “일본이 한반도 여러분께 크나큰 고통을 안겨준 시대가 있었고, 그에 대한 슬픔은 항상 기억에 남아 있다”고 사과했다. 일각에선 아키히토 일왕이 퇴임 뒤 한국 방문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