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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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이 제조업에 치중하면서 미국 협상가들은 양국의 안보와 생활 수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자재를 중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다.

희토류 금속은 상당수 중요 기술 장비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이다. 가령 세륨이 없는 차, 유로피움이 없는 스마트폰, 네오디뮴이 없는 유도탄 등은 존재할 수 없다. 중국은 현재 전략적으로 중요한 희토류 금속 16개의 공급을 모두 통제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 금속 생산의 96%가 중국 국경 안에서 이뤄진다. 중국의 영향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 협상에서 희토류를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지와 그 비용은 얼마나 될지에 대한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유시장 원칙에 따라 희토류를 적정한 가격 속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것일까. 그러나 사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에 대한 자국의 독점을 경제적·전략적 무기로 사용해 왔다.

[column of the week] '귀하신 몸' 희토류, 중국의 '위험한 독점'
2010년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 분쟁이 일어나자 중국은 희토류 금속의 일본 수출을 금지했다. 단기간에라도 희토류 금속 공급이 막히면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당장 산업이 멈출 수도 있다. 빠르게 득실을 따진 일본은 뒤로 물러났다. 희토류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 가격을 자국 내에서 저렴하게 유지하는 가격정책을 펼쳤다. 아주 현명한 전략이다. 이 때문에 제너럴일렉트릭라이팅을 포함한 유럽, 일본, 미국 회사들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게 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중국 회사들에 귀중한 기술을 많이 이전하게 했다. 중국 내 일자리가 늘어난 것도 그들이 누린 큰 혜택이다.

2014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중국의 영리한 가격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WTO의 보호가 당분간 중국의 위협을 막아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 협상가들은 희토류 문제에 대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언제든 새로운 방법으로 다시 칼을 뽑아들 수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는 얘기다.

중국은 ‘신실크로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WTO를 대체할 수 있는 다자국간 협정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순간 중국은 WTO를 무시하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할지도 모른다. 가령 희토류 금속에 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기업들이 중국에 공장을 짓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위협한 것처럼 미국이 먼저 WTO에서 탈퇴한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경제가 중국의 희토류 금속 공급망 밖으로 나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일본에 그랬던 것처럼 미국에 대한 희토류 금속 공급을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중국과의 무역협정은 강력한 실행력과 투명성 메커니즘을 가지고, 중국 안과 밖에서 희토류 금속을 동일한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보장받는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은 WTO를 탈퇴한 뒤 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를 방해할 수 있게 된다. 또 앞으로의 모든 무역분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 대한 결정적이고 전략적인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 희토류

Rare-Earth Element. 존재하는 수가 많지 않아 희귀한 금속. 땅에서 극히 소량만 구할 수 있는 성분이다. 란타넘, 세륨, 디스프로슘 등은 땅속 함유량이 ‘100만분의 300’에 불과하다. 양이 적다 보니 ‘숨어 있다(란타넘)’거나 ‘얻기 어렵다(디스프로슘)’는 말 자체를 이름으로 얻었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전기, 전자, 촉매, 광학, 초전도체 등에 쓰인다. 휴대폰, 태블릿PC, 디스플레이, 전기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간다. 매년 세계에서 희토류 12만5000여t이 소비되고, 중국이 96%가량 공급한다.

원제=China’s Dangerous Monopoly on Metals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column of the week] '귀하신 몸' 희토류, 중국의 '위험한 독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