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앙은행(Fed) 인사들이 기준금리 인하 조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금리 인하가 조만간 단행될 건 아니지만,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되자 Fed 내에서도 금리 인하론이 점차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인하 조건 내건 Fed 인사들 "인플레이션 1.5% 밑돌면 내려야"
20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2%를 현저히 밑돌면 통화정책의 물가관리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기준금리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번스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의결권을 가진 위원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25~2.50%다.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는 2%다. Fed가 중요시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지난 1월 전년 동월 대비 1.8% 올랐다. 지난해 7월 2%에 도달한 뒤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2월과 3월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4월 FOMC가 열리기 직전인 오는 29일 발표된다. JP모간체이스는 근원 PCE 가격지수가 2월 1.7%, 3월 1.6%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7월에는 1.5%까지 꾸준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번스 총재는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몇 달간 1.5%를 밑돌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것에 대해 분명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도 지난 18일 “인플레이션이 1.5%에서 지속적으로 머물거나 그 밑으로 떨어지면 기준금리를 설정할 때 확실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은 이달 초 미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Fed의 금리 인하를 거론하며 “과거 Fed가 경기침체 때만 금리를 낮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Fed는 1994년 2월부터 12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3.25%에서 6%로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1995년 7월~1996년 1월 세 번 금리를 낮췄다.

WSJ는 다만 4월 FOMC(4월 30~5월 1일)에서 금리 인하가 고려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캐플런 총재도 최근 WSJ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