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공원 동문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연합뉴스
울산대공원 동문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연합뉴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보복 조치를 언급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기업들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아소 부총리가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로 관세 부과와 송금 및 비자발급 중단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언한 것이 일본 기업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실제로 한국에 대한 일부 품목 수출제한과 고관세 부과 조치를 취한다면 한국과 일본 기업이 모두 피해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 소재 제조사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산업은 서로 강점을 지닌 분야에서 협력하는 수평적인 관계”라며 “한국이 흔들리면 일본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국의 산업구조가 긴밀하게 엮여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은 지난해 수입 반도체 제조장비의 34%, 고장력강판의 65%, 집적회로의 12%, 플라스틱필름의 43%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지난해 일본과의 교역에서 한국은 240억달러(약 27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해 1위였다. 한국과의 교역이 줄어들면 일본 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이 일본기업에겐 큰 수익을 올리는 알짜시장이라는 점도 일본 산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한국은 2018년 일본 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 기업의 85%가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볼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비율은 중국(72%)이나 태국(67%) 등 보다 크게 높다.

아소 부총리가 언급한 송금 정지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사업활동에 중대한 장애가 될 수 있다.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도 지난해 753만명에 달했던 한국인의 일본 방문을 위축시켜 일본 내수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판결에 일본 기업들도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정치·외교적 이유로)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