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2대 주주가 “일론 머스크가 꼭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일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금융당국과 싸우는 등 돌출 행보를 보여왔다.

"머스크가 꼭 테슬라 CEO일 필요는 없다"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기퍼드의 제임스 앤더슨 글로벌 주식 책임자는 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잡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앤더슨은 “물론 머스크는 테슬라 경영에 중요하다”면서도 “CEO가 아닌 다른 역할, 이를테면 ‘아이디어 책임자’가 합당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일리기퍼드는 최대주주인 머스크(19.7%)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7.7%의 테슬라 지분을 갖고 있다.

앤더슨의 이 발언은 최근 머스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다투는 것과 관련해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CNBC는 머스크의 우군이던 2대 주주가 ‘머스크 축출 시나리오’마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3% 넘게 떨어졌다.

머스크는 지난해 8월 “테슬라를 비공개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트윗을 올렸다가 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머스크는 2000만달러(약 226억원)의 벌금과 함께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했으며 민감한 트윗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달 19일 “올해 약 50만 대를 만들 것”이란 트윗을 올렸고 SEC는 합의 위반을 이유로 법원에 제소했다. 머스크는 “SEC 감독엔 문제가 있다”고 반격했다.

테슬라는 지난 1일 보유 현금의 약 3분의 1인 9억2000만달러를 들여 전환사채를 상환해야 했다. 주가가 주당 359.87달러가 넘으면 주식 전환이 가능했지만, 머스크와 SEC의 갈등 속에 주가가 300달러 밑으로 폭락한 탓이다.

테슬라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축소로 모델3 수요가 감소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원 7%를 해고했으며, 1분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기존보다 값을 20% 이상 내린 3만5000달러짜리 모델3를 내놓았고, 300여 개 대리점을 없애고 판매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