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깨지지는 않을 듯…"모호한 합의는 트럼프의 실패"
예측불허 트럼프, 핵 빼고 ICBM '선별거래' 가능성
"최상의 시나리오는 '검증가능한' 비핵화-평양 대표부·종전선언"
[북미회담 D-2] 외신이 예상하는 '하노이 담판' 시나리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두번째 '핵(核) 담판'의 결과가 어떻게 그려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8개월여 만에 다시 테이블에 앉는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 있는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게 외신의 평가다.

두 정상이 내놓을 '하노이 선언'에는 1차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싱가포르 성명'보다 구체화하고 진전된 성과가 담길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핵화의 기본개념을 둘러싼 북미 간의 '동상이몽'이 큰데다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엮어내는 로드맵 작성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부정적 전망이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다.

다음은 AP와 AFP통신 등 외신이 전문가의 견해를 토대로 예상한 다양한 2차 북미정상회담 시나리오다.

◇ 협상 '판' 깨지지는 않을 듯 = 일단 이번 회담이 '완전한 실패'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핀 나랑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회담에 들이는 공을 고려하면, 이번 회담이 완전히 실패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두 정상의 '특사' 격인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지난 21일부터 나흘째 정상회담 '의제'를 놓고 협상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성과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런 분위기 만으로 협상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랑 교수는 "두 정상은 첫 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언급한 성명을 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한반도의 항구적 비핵화로 폭넓게 해석했고, 미국은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 핵무기의 폐기로 해석했다"며 비핵화의 정의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적지 않음을 지적했다.
[북미회담 D-2] 외신이 예상하는 '하노이 담판' 시나리오는
◇ 1차 때와 비슷한 '모호한 합의'는 트럼프의 실패 = '하노이 선언'에 담길 북한과의 핵 담판 결과가 구체성이 결여된 1차 회담 합의 수준으로 나오고, 이것이 대북 외교의 성과를 자랑해온 트럼프에게 적잖은 타격이 되리라는 전망도 있다.

북미가 실무협상 과정에서 아직도 비핵화의 정의와 해석을 놓고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점도 회의론을 키우는 대목이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는 ABC 방송에 나와 "회담까지는 며칠이 채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우리는 비핵화의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단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가 출신의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측의 명백한 이행 약속이 거의 담기지 않은 모호한 수준의 성명이 나오면 (트럼프에게) 회담은 실패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나랑 교수도 "반대로 싱가포르 합의의 반복은 새로운 제약을 받지 않을 북한 입장에서는 유리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이어 "북한에 유용한 정상회담이 되려면 실무협상 결과가 모호해야 한다. 반대로 미국에 유익한 결론은 실무회담에서 손에 잡히는 무언가가 나와야 하는 역설이 있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방 외교 관리는 "중대 성과가 없으면 결국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같은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매파가 대북 압박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평화, 관계 정상화, 비핵화 등 무엇이 되었든 2차 정상회담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담은 실패로 여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예측불허 트럼프, 핵 빼고 ICBM '선별거래' 가능성 = 또 한가지 시나리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실무 협상팀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1차 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면서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줄기차게 김 위원장과 만남을 희망해 왔다.

또한 그는 북핵 문제에 대한 '최고의 해결사', '거래의 달인'을 자임하며 자신만이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 있다며 또 한 번의 승부를 자신해왔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와 '빅딜'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자칫 챙겨야 할 것들을 챙기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내주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미국이 받은 것보다 많은 것을 내주는 것은 분명 실패한 회담"이라며 "종전선언은 엄청난 양보인 만큼 가볍게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경계감을 표시했다.

또 한국과 일본 입장에선 자신들을 위협하는 단거리 무기에 대한 고려 없이 미국이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해체만을 조건으로 내건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AFP는 전했다.

특히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정상회담 자체의 목적이 '미국민의 안전' '미국의 방위'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최상의 시나리오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 = 미국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북한으로부터 핵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받아내 단계적으로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처에 나서는 것이다.

덴마크 국장은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이겼다고 선언할만한 북한의 양보는 모든 미사일 및 핵 시설 가동중단과 이 가운데 일부의 폐기 약속"이라고 말했다.

다만, 나랑 교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하는 것만으로도 중대한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있어 북한 핵시설 폐기의 핵심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통한 핵무기 폐기 확인이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북한이 이를 모두 수용한다면 미국은 외교관계 정상화의 첫 단계로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하거나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AFP는 전망했다.

AFP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시급한 목표는 경제발전을 막는 제재 해제"라며 "미국은 비핵화 없이는 대북 지원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비건 대표는 북한이 모든 조처를 할 때까지 아무런 보상도 안겠다는 말은 한 적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