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가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종료한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을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드라기 총재는 2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회의에서 “지난 몇 개월간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유로존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정학적 요인과 보호무역주의 확대로 인한 불확실성이 경제 심리를 억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24일 ECB 통화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에서도 “유로존 경제 성장 전망에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등 우려의 목소리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ECB가 작년 말 종료한 자산 매입 프로그램 재개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상황이 더 나빠지면 다른 선택지들을 다시 꺼내들 수 있다”고 답했다. 채권 매입을 재개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이 올해는 분명히 아니라고 덧붙였다. ECB는 지난 4년간 경기 부양을 위해 2조6000억유로(약 3326조원)에 달하는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여 시중에 돈을 풀었다.

ECB는 그동안 통화정책회의에서 제로 금리를 올여름까지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경기 악화 때문에 드라기 총재가 퇴임하는 10월을 훨씬 넘겨 내년 중반은 돼야 ECB가 금리에 손을 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는 지난해 3분기 전기 대비 0.2% 성장해 지난 4년간 가장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독일(-0.2%)과 이탈리아(-0.1%)는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도 당초 1.8%에서 1.0%로 대폭 낮추는 분위기다.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유로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잇따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