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물밑 대화를 위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가 아닌 별도 ‘스파이 채널’을 최소 10년간 가동해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7~19일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본 비숍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전했다.

WSJ는 미국과 북한이 공식 소통창구로 유엔 북한대표부(뉴욕채널)를 활용하지만 민감한 정보는 별도 채널을 통해 따로 주고받아왔다고 전했다. 미·북 정보 채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09년 개설됐으며 당시 북한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수장이 김영철이었다.

미국 측에선 북핵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으며, 후임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에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하는 과정에서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이 방북하기도 했다.

미·북 정보채널은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 후반부에 일시 중단됐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 국장으로 있던 2017년 8월 무렵 재가동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며 북한을 압박하던 때였다. 김영철이 최근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도 CIA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비숍 부국장과 비밀 접촉이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시점이나 장소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