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지방정부가 중국산 철도 차량 입찰 제한에 나섰다. 철도 차량 등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 위협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 교통국은 올 하반기 철도 차량 입찰에서 중국 업체를 겨냥한 사이버 보안 규제를 추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글로벌 1위 업체 중궈중처(中國中車·CRRC)가 낮은 가격을 앞세워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 업체가 25%의 관세를 감안하고도 과도하게 저가 입찰에 나서는 데는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다며 입찰에 제동을 걸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객차 내 감시 카메라 네트워크에 백도어를 설치해 백악관과 국방부 인사를 감시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번 입찰에서 백악관과 펜타곤(미 국방부 청사)을 지나는 지하철 블루 라인 등 주요 노선의 노후 차량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도청장치나 해적 와이파이 장치를 은밀하게 숨겨놓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테러를 노리고 열차 관제 시스템에 논리 폭탄이나 백도어를 넣을 위험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미국 비영리 교통연구기관 이노운송센터의 로버트 푸엔테스 대표는 “CRRC의 공격적 영업은 중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글로벌 업계를 지배하려는 전략의 일부분”이라며 “외국 혐오증에 사로잡혀선 안 되지만 그렇다고 너무 안일하고 순진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원과 하원도 같은 이유로 예산안에 ‘연방 예산을 받는 각 주 지자체 교통국이 중국산 철도 차량과 버스를 구매하면 재정상 불이익을 준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미 의회는 미·중 무역협상을 감안해 1년 간 입법을 유예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