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두 달 만에 40%가량 폭락했다.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늘고 있어서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이 다음달부터 감산에 나서기로 했지만 시장 의구심이 큰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64달러(7.3%) 내린 46.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이 하루 7.3%나 떨어진 것은 3년여 만이다.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 14일 발표된 미국 원유 재고량은 1주일 사이에 350만 배럴이나 증가한 4억4130만 배럴로 집계됐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2월물도 5.6% 하락한 배럴당 56.26달러에 마감됐다. 영국 최대 석유 생산시설인 북해 버자드유전이 파이프라인 공사를 끝내고 재가동하면서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거듭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5달러를 넘어서며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WTI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10월3일 76.10달러까지 올랐다. 당시엔 이란산 원유 수출을 재금지하는 미국의 2단계 이란 제재가 11월부터 부활할 예정이었던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이 터지면서 중동 정세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완전히 상황이 바뀌었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경기 둔화세가 확산되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유가는 급락세로 돌아섰다. 10월 이후 WTI는 39%, 브렌트유는 34%나 하락했다. 이달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은 내년 1월부터 하루 12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했지만 실제 감산이 이뤄질지 의구심이 큰 상황이어서 유가 하락세를 막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OPEC과 러시아 등이 생산을 줄이더라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생산업체들은 현재 하루 평균 1200만 배럴의 원유를 뽑아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앞으로 몇 주 동안 계속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타마스 바가 PVM오일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떨어질 일만 남았다”며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유가를 끌어올릴 방안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