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비판론자들과 벼랑 끝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메이 총리의 전략을 이렇게 요약했다.

메이 총리는 12일(현지시간) 보수당 반대파들이 강행한 당(黨) 대표 불신임 투표에서 승리했다. 투표에 참여한 보수당 의원 317명 중 200명이 신임하면서 당 대표와 총리직을 지켰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만 100명이 넘는 의원이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맺은 브렉시트 합의안의 의회 통과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는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합의안 수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11일로 예정했던 의회 표결을 연기한 것도 합의안을 수정해 의회에 상정하기 위해서였다. 보수당 강경파들은 영국과 EU가 별도 무역협정을 맺지 못하면 영국령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도록 한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에 반발해왔다.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토와 분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은 ‘재협상 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런던 정가에선 메이 총리의 노림수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FT는 “메이 총리가 자신이 도출한 합의안과 아무런 합의 없이 EU와 결별하는 ‘노딜(no deal)’로 브렉시트 선택지가 좁혀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엔 ‘노딜의 혼란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모두가 만족하는 브렉시트 합의는 ‘둥근 네모’를 만드는 것처럼 불가능한 일에 비유된다. 메이 총리가 EU 정상회의에서 더 나은 수정안을 들고 온다고 해도 의회 승인을 얻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EU와의 완벽한 결별을 요구하는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파와 EU 잔류파 또는 일시적 관세동맹 묵인파 등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야당인 노동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집권 보수당이 더 분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불안한 내각과 약한 총리로 인해 국민 의료보험은 위기에 직면했고 노숙자가 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살아난 메이…'브렉시트 노림수' 따로 있다
내년 3월29일 이뤄지는 브렉시트가 어떤 경로를 거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예측하기 힘든 분위기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브렉시트 집회에서도 나타났다. 낮 12시엔 ‘노딜 해도 상관없다(no deal, no problem)’는 팻말을 든 브렉시트 찬성집회 참가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5시간 뒤 2차 집회에선 반대집회 규모가 더 컸다. 가디언은 “지금의 혼란이 어디로 흘러갈지 메이 총리를 포함해 누구도 모른다는 게 솔직한 대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런던=정인설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