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인 학살 상징하는 鐘, 11일 필리핀에 반환
미국이 117년 전 필리핀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고 전리품처럼 가져간 성당 종(鐘)들이 오는 11일 필리핀에 다시 돌아간다.

10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오는 11일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파사이시 빌라모 공군기지에서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과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발랑기가의 종 반환식이 열린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이 모습을 지켜볼 것이라고 필리핀 대통령궁이 밝혔다.

반환되는 종들은 필리핀 사마르섬 남부 발랑기가의 성당 종탑에 있던 것으로, 1899∼1902년 미국-필리핀 전쟁 중 사라졌다.

종 3개 가운데 1개가 1901년 9월 필리핀 원주민이 현지에 주둔하던 미 육군 9연대 예하 부대를 공격하는 신호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필리핀 원주민 300여 명이 여성으로 변장해 무기가 들어 있는 목관을 성당으로 옮긴 뒤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미군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미군 48명이 숨졌다.

9연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원주민 2천500여 명을 학살한 뒤 종들을 모두 가져갔다.

미군은 미국 와이오밍주 공군기지에 설치했던 종 2개와 한국에 주둔한 부대에 보관하고 있던 종 1개를 항공기로 수송, 117년 만에 필리핀에 반환할 예정이다.

9연대는 1917년 제2 보병사단의 모체가 됐으며,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이 사단의 일부 부대는 이후 한국에 주둔 중이다.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발랑기가의 종 반환은 필리핀의 오랜 동맹인 미국과의 관계가 강력하고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양국 역사에서 비극적이고 논란이 있는 사건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이번 반환에 대해 감사하다"고 밝혔다.

파넬로 대변인은 또 "미군이 필리핀 국민을 많이 살해하고 종을 약탈했다"면서 "이는 미국의 빚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며 어떻게 보상할지는 미국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