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별명을 가진 보리스 존슨 전 외교부 장관이 두 시간 강연에 9만4500파운드(약 1억3500만원)를 받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런던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진행된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낸 정치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전 장관이 이달초 한 행사에서 두 시간 강연을 한 대가로 골든트리에셋으로부터 9만4500파운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존슨 전 장관이 이번에 받은 강연료는 조지 오스본 전 재무장관이 내각에서 해임된 뒤 2016년 미국 씨티그룹으로부터 받은 강연료 8만5000파운드를 가볍게 넘어섰다.

골든트리에셋은 뉴욕에 본사를 둔 헤지펀드 운용사로 28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골든트리에셋은 최근 영국 전역에 200여개의 신문과 잡지 등을 발행하는 존스턴출판사를 인수했다.

골든트리에셋이 이 같은 파격적인 강연료를 지급한 것은 존슨 전 장관이 최근 지지세를 넓히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내놨다. 존슨 전 장관과 보수당 강경파에 대한 로비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영국 내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어 존슨 전 장관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존슨 전 장관은 지난 7월 메이 총리가 주도한 브렉시트 협상에 불만을 품고 장관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하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보수를 받고 있다. 또 장관 사임후 영국 일간지 텔레그레프 칼럼리스트로 활약하며 연간 25만 파운드를 챙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정부 밖 세상은 보리스 존스에게 풍요로운 수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슨 전 장관은 평소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머리에서 발목까지 덮어쓰는 통옷 형태)를 착용한 여성을 ‘우체통’ ‘은행강도’라고 비하하는 등 거친 언행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잦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