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24일(현지시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제기되는 배후설을 부인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행사에서 패널 토의에 참석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악랄한 범죄로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사우디는 범죄를 저지른 배신자들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터키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정의가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세간의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사우디 정부의 부인에도 기획 암살 배후설이 사그라지지 않자 직접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토론 사회자인 바셈 아와달라 요르단 전 재무장관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빈 살만 왕세자에게 첫 질문으로 토론 주제와는 무관한 카슈끄지 사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가 실종된 이튿날인 지난 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선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나간 뒤 행방불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정황이 터키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그러자 사우디 당국은 이스탄불에 파견된 사우디 정보요원이 몸싸움 도중 우발적으로 카슈끄지를 숨지게 했다고 발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살해를 지시한 자부터 실행한 자까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모든 자는 정의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