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직사회는 계서제적 위계질서가 공고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같은 일본 관료세계의 정점에 재무성(옛 대장성)이 있습니다. ‘상명하복’ ‘상의하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직에서 내년부터 주요 간부에 대한 상향평가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은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연루됐던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 재무성 관료들이 문서위조 등에 관여했던 사안의 재발방지를 위한 내부 개혁안을 마련했습니다.

개혁안의 요지는 부하가 상사를 평가하는 ‘360도 평가’라고 합니다. 직원이 비리를 고발하는 내부 통보 제도도 정비키로 했습니다.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는 ‘상의하달’ 문화가 큰 사고를 방치한 원인으로 봤다는 것입니다. 내년부터 새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360도 평가’는 상사와 부하 직원의 평가 뿐 아니라 동료와 다른 부서 하급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이 입체적으로 대상자를 평가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상향평가는 상당수 한국 기업에는 오래 전부터 도입됐습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변화에 더딘 일본 관료조직, 그 중에서도 핵심기관을 자처했던 재무성은 새로운 제도 수용에 소극적이었다고 합니다. 상향평가제가 외무성, 경제산업성 등에는 이미 도입돼 있지만 재무성은 아직까지 수용하지 않고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관료 조직의 정점인 재무성이 등 떠밀리듯 상향평가에 더해 다각도 평가인 ‘360도 평가’까지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과연 이런 움직임이 일본 관료사회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공고한 관료조직 속에서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까요.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