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국제 우편 요금체계를 정하고 있는 만국우편연합(UPU)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제 우편 요금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유리하게 정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BBC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17일(현지시간) UPU에 탈퇴 계획을 통보했다. 단, 1년간 유예 기간을 갖고 우편 요금 개정 협상을 하기로 했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한 시스템을 원한다”며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미국의 UPU 탈퇴 경고를 또 하나의 중국 압박 카드로 해석했다. 국제 우편 요금체계가 바뀌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화물의 배송료가 비싸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현행 체계에선 무게 1파운드(약 0.45㎏) 소포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배송료가 2.5달러(약 2800원)인 데 비해 같은 소포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보내려면 7~9달러(약 7900~1만원)를 내야 한다. UPU가 각국의 소득과 물가 수준을 감안해 개도국의 소포 배송료를 싸게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이 싼값에 상품을 수출할 수 있고, 미국 기업은 불이익을 당한다는 것이 미국 측 주장이다. 미국 제조업계는 중국 기업이 지난해 1억7000만달러의 혜택을 봤다고 추산했다. BBC는 해외 직구 증가로 국가 간 소포 배송이 늘면서 미국의 불만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각국이 자율적으로 소포 배송료를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하고 차별 없는 우편 요금을 보장하기 위해 UPU에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업계는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