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일본 기업의 손익분기점 매출이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70%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이 30% 줄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일본 기업의 구조조정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8일 노린추킨종합연구소가 도요타와 소니, 파나소닉 등 주요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4~6월 손익분기점비율(손익분기점 매출/실제 매출)은 69.4%로 거의 40년 만에 70%를 밑돌았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업의 손익분기점비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엔 90% 이상으로 치솟았고, 2010년대 들어서는 주로 70%대 중반을 오갔다.

日기업, 매출 30% 줄어도 이익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이처럼 개선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대적으로 벌인 구조조정 성과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주요 기업들은 2008~2014년 부채 축소와 함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추진했다. 미나미 다케시 노린추킨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자동차업체들과 부품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고부가가치화에 나서면서 이익률을 높인 점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수익성 개선을 발판으로 투자를 확대할지 주목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최근 보수적인 기업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투자를 늘리려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어서다. 재무성이 작성한 일본 법인기업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현재 일본 기업의 보유현금자산 규모는 221조엔(약 2199조원)에 달했다. 투자 촉진을 촉구하는 정치권의 입김도 뜨겁다. 아소 다로 재무상은 최근 “기업들의 늘어난 이익이 설비 투자에 쓰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의 큰손으로 돌아온 점도 투자 확대 분위기를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올 들어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다국적 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했고,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인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를 품는 등 일본 기업들의 초대형 M&A가 잇따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용 절감이나 구조조정만으로는 수익성을 더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 축적한 투자 여력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기업 움직임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