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거품경제시기에 주로 건설됐던 주요 도시 외곽의 베드타운들이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총무성이 작성한 ‘시정촌 과세상황 등의 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1~2016년 기간 동안 수도권 외곽지역 주민들의 소득이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가 연금생활에 들어서면서 도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신도시 거주민들의 소득이 급격히 낮아진 것입니다. 마치 도넛 모양으로 수도권 주변지역 거주 인구의 고령화·인구감소·소득 감소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구키(久喜)시의 경우, 2011년 이후 5년 만에 구키시 거주민 1인당 평균 과세대상 소득이 5만4000엔(약 53만9616원) 줄었습니다. 지하철 등을 이용해 도쿄 도심까지 한 시간 가량이면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이지만 구키역 주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빈 점포와 빈집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구키시의 거주민 다수는 노인이라고 합니다. 전체 거주 인구수는 15만4000여명으로 5년 전과 큰 차이는 없지만, 거주인구의 고령화가 뚜렷하게 진행됐다고 합니다. 고도 성장기에 신도시에 정착한 베이비 붐 세대가 대거 은퇴한 영향으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8000여명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9000명가량 늘었습니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가 신도시 소득감소의 주요 요인이라는 설명입니다.

도쿄 다마지역 북서부에 있는 오메(青梅)시의 경우, 1인당 평균 과세대상 소득이 5년 전에 비해 4만7000엔 감소했습니다. 2012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2017년 도시바의 노트북 공장이 지역을 떠난 영향이 컸습니다.

이바라키현 도리데(取手)시(3만7000엔 감소)와 사이타마현 한노(飯能)시(1만9000엔 감소)에서도 주민 소득감소라는 비슷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1960~1980년대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건설되면서 인구가 유입됐던 수도권 외곽 신도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2010~2015년 사이에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 이상 늘어난 지역이기도 합니다.

공장이 떠나면서 한창 일할 젊은 세대 유입이 줄고, 도시가 늙어가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 것입니다. 소득이 줄어, 세수입이 감소하면서 시의 복지나 교육 등 행정서비스가 악화되면서 젊은 층 유입이 더 줄어든다는 지적입니다. 반면 도쿄 중에서도 미나토구 등 도심 지역은 같은 기간 과세대상 소득이 크게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대도시 주변 신도시의 소득감소는 도쿄 주변 뿐 아니라 오사카나 고베 등 간사이 주변 지역에서도 관찰됩니다. 오사카와 고베의 소득은 늘어난 반면, 효고현과 나라현 주요 도시의 주택은 감소하고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일본의 신도시 개발 실패사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대책으로 서울 도심 재개발 대신 서울에서 30㎞ 이상 떨어진 지역에 미니 신도시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커진 영향입니다. 오늘날 일본 신도시가 직면한 고민을 훗날 한국이 똑같이 하지 않도록 많은 준비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