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구인난에 일본 기업들의 채용 경쟁이 심화하면서 65년간 존속된 게이단렌(經團連)의 ‘구인활동 준칙’이 존폐 기로에 섰다.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회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게이단렌이 기업의 채용 일정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단렌의 구인활동 준칙이 폐지되면 대학 1학년생까지 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채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선 대학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나카니시 회장은 “국경을 뛰어넘어 인재 확보 경쟁이 빚어지는 시대에 옛 제도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2021년 봄 입사자부터 기존의 ‘취업활동 지침’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되면 1953년 이래 유지되던 대기업과 중기업, 소기업이 순차적으로 채용하던 방식이 사라질 개연성이 크다.

게이단렌은 지금껏 1400개 회원사에 매년 3월에 대학 3학년생 대상의 채용설명회를 열고 6월부터 4학년 졸업예정자에 대한 채용면접을 하도록 권고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대학생들은 3학년 때 인턴 활동을 하고, 4학년 여름방학을 전후한 시기에 취업면접을 본 뒤 10월까지 입사 여부가 확정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중소기업들은 그 뒤 채용 활동을 벌이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최근 1~2년 새 다른 회사보다 빨리 구직자와 접촉하려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잡음이 생겼고 결국 게이단렌이 취업활동 지침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게 됐다. 2017년 1월 이후 일본 실업률은 3% 아래로 떨어져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게이단렌의 취업지침이 폐지되면 상시 채용이 더욱 활발해지고, 대학 4학년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주로 이뤄졌던 기업들의 구인 활동이 저학년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