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앞두고 압박 수위 높여
미국이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부과할 관세율을 처음 계획한 10%가 아니라 25%로 대폭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미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두고 중국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압박 조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서만 통상전쟁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는 앞서 관세·비관세 장벽을 없애기 위한 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리도록 지시했으며 USTR이 며칠 내 이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0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 개선과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2000억달러어치의 중국 수입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는데 관세율을 두 배 이상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부터 중국 수입품 340억달러어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추가로 160억달러어치에 대해 같은 세율의 관세를 매길 예정이다. 여기에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세계 1·2위 경제대국인 미·중 간 갈등은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가 아니라 5050억달러에 달하는 모든 중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참모가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상향 조정을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 등 강경파들이 중국을 무역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 여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더 많은 내부 토론이 필요하다’는 데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2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에 대한 의견 청취 기간은 오는 20~23일 공청회를 거쳐 30일에 끝난다. 관세율 인상 발표는 공청회 전에 이뤄져야 한다.

미국이 대중국 통상 공세를 강화하는 것은 협상을 재개하기 전에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늘리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피하고자 협상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의 지휘를 받는 양국 실무자들이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미국과 중국은 양국을 오가며 세 차례 무역협상을 했으나 실질적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WSJ는 미·중 양측이 협상 재개를 위한 대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매우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전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에서는 기존 협상에서 중국이 미국 제품을 더 수입하겠다고 한 것이나 미국이 중국에 국가 주도 산업정책을 폐기하라고 요구한 것 등은 향후 협상 전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므누신 장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비둘기파들은 막대한 관세 부과에 반대하며 대중국 수출 확대 등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중국의 보복 조치로 미국 성장률이 타격을 받고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 국장 등 강경파들은 강력한 보복관세를 부과해 중국의 불공정무역 관행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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