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원유와 LNG 생산량을 크게 늘리면서 무역적자를 줄이는 무기로 에너지산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8일 “2020년에 미국의 LNG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난 연 7000만t에 이를 전망”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수출을 중국 등과의 무역적자 해소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열린 미·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LNG 수출량은 전년 대비 4배 늘어난 1500만t에 달했다. 지금 추세라면 미국의 LNG 수출 규모는 2019년 3500만t, 2020년 70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의 내년도 예상 LNG 수출량은 세계 수요의 12%에 해당한다. 미국이 2020년까지 건설 중인 LNG 플랜트를 모두 완공하면 생산능력 측면에서 카타르와 호주에 이어 세계 3위 LNG 생산대국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LNG뿐만 아니라 원유 수출에서도 미국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에너지 정보회사 IHS마킷에 따르면 셰일 혁명에 힘입어 미국 원유 생산이 2023년에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늘고 수출도 400만 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이라크를 제치고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 된다.

미국이 에너지 수출에 주목하는 것은 대(對)중국 무역적자를 줄일 카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2위 LNG 수입국인 중국의 2030년 LNG 수입량은 현재의 두 배 이상인 연 8200만t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에너지 조사회사 BNEF는 “중국이 8200만t어치 LNG를 모두 미국에서 조달하면 미국은 대중 무역적자 규모를 277억달러 감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원유 수출까지 포함하면 무역적자를 400억~500억달러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도 중국이 LNG를 보복 대상 목록에서 제외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원유와 석유 제품과 달리 LNG는 중국 내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관세 보복 대상에 포함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