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4일(현지시간)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미 농가에 최대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팜벨트(중서부 농업지역) 지역 유권자를 달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을 본격화한 이후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구제책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표밭' 농업지대에 120억달러 긴급 수혈
미 농림부는 이날 미 농가가 정부 보조금을 받거나 잉여 농산물을 정부에 팔 수 있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은 콩, 사탕수수, 면화, 옥수수, 돼지고기, 쌀, 견과류 등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대부분 농축산물이다. 지원은 상품금융공사를 통해 이뤄지며 의회 승인은 필요하지 않다고 농림부는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이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미 농산물 등에 보복 관세를 매긴 가운데 나왔다. 소니 퍼듀 미 농림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이 미국 농가를 협박할 수 없다는 확고한 표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할 시간을 벌기 위한 단기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농가가 무역전쟁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농산물이 가장 많이 수출된 나라는 캐나다(205억달러)였다. 이어 중국(196억달러), 멕시코(186억달러), 일본(119억달러), 유럽연합(EU, 115억달러), 한국(69억달러) 순이다. 미국은 중국과 전방위적인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고 캐나다, 멕시코, EU와도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문제로 다툼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인 민주당뿐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켄터키주)은 “해답은 농민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관세를 없애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민단체는 정부 지원 방안을 대체로 환영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자유무역을 위한 농민들’의 브라이언 쿠엘 사무총장은 “최상의 구제는 무역전쟁을 멈추는 것”이라며 “농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거래) 계약을 원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전쟁으로 피해를 본 농가를 직접 지원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무역전쟁이 더 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주 후반 아이오와, 일리노이 등 팜벨트 지역을 돌면서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하는 공화당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