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통상전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달러화와 30년물 미 국채, 미국의 주요 기술주가 3대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경제위기 때면 변동성이 크지 않은 유틸리티 주식과 일본 엔화 등이 부각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미 재무부는 12일(현지시간) 140억달러 규모의 30년물 국채를 입찰에 부쳤다. 발행금리가 연 2.958%로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연 3%대 아래 금리로 발행됐다. 안전자산으로 간주돼 수요가 견조한 덕분이다.

마켓워치는 “관세전쟁이 단기간에 물가를 높일 수 있지만 세계 경제가 꺾이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약화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금리가 오르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게다가 일본, 독일의 국채는 여전히 금리가 1%에도 못 미쳐 미 장기물 국채에 대한 수요가 많다.

달러 가치도 엔화 대비 6개월 내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7일 연속 상승해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12엔을 웃돌았다. 지난 3월 말부터 7.7%나 상승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가 불안해지면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각광받았지만 이번에는 달러에 밀리고 있다. TD증권은 “무역 마찰이 점차 격화되면서 엔화는 전통적 메커니즘에서 이탈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경기 상승세가 꺾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레그 앤더슨 BMO캐피털마켓 외환전략부문 글로벌 헤드는 “(무역전쟁은) 달러에 호재”라고 말했다. 그는 “만성 무역적자국인 미국이 적자를 줄일 방법을 찾아내면 금융 흐름은 달러화에 유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일본 연기금이 최근 해외 투자를 대폭 늘려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이치뱅크)도 있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이날 107.31포인트(1.39%) 상승해 사상 처음으로 7800선을 넘었다. 무역전쟁이 심해진 지난 3개월간 9.57%나 올랐으며 연초부터 따지면 13.33% 급등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애플, 알파벳 등이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파이낸셜 수석시장전략가는 “기술주는 무역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은 사업 구조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통상전쟁과 무관하다는 이유에서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