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완전한 비핵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김 위원장도 백악관 초청을 수락했다”고 말했다.

1953년 정전협정 후 미국과 북한 정상이 마주 앉기까지 65년이 걸렸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만나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담은 공동성명에 서명하기까지는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정상은 배석자를 배제한 단독 정상회담과 각각 세 명씩의 참모진이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점심식사와 산책까지 함께 하면서 바쁜 일정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 후 카펠라호텔 정원에서 김정은과 함께 산책하던 도중 취재진에게 “많은 진전이 있었다. 정말로 환상적인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기 위해 이동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만남에 대해 “그 어떤 누가 기대할 수 있었던 것 이상으로 좋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작 발표된비핵화 합의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산책을 마친 두 정상은 공동성명 서명식을 앞두고 잠시 헤어졌다. 각자 참모진과 성명 문안을 검토하며 최종 조율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CNN 등 외신에선 “미·북 정상이 대화 동력을 이어가기로 약속하는 합의문에 서명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두 정상은 오후 1시40분께 서명식장에 나란히 등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양측 핵심 참모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왼쪽, 김정은은 오른쪽에 앉아 각각 폼페이오 장관과 김여정이 건넨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김정은은 이번에도 지난 4월 남북한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테이블에 미리 비치된 펜이 아닌 김여정이 갖고 있던 펜을 사용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을 교환하고 악수했다. 정상회담을 시작한 지 4시간 40분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공동성명은 포괄적 문서로서 우리는 훌륭한 회담을 했고 굉장히 좋은 관계를 구축하게 됐다”며 “우리는 (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됐다”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늘과 같은 이런 자리를 위해 노력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 정상회담은) 많이 준비한 작업이었고, 이 문서에 서명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선의를 갖고 노력했다”며 “폼페이오 장관뿐만 아니라 북한 측에도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한반도의 관계가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며 “과거와 다른 상황이 될 것이고 (김정은과)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맺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만나게 돼 영광”이라며 “김 위원장과 대표단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팔을 만지고, 김정은은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얹는 등 친근감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서명식 후 숙소인 세인트리지스호텔로 돌아갔다.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이날 저녁 중국 측이 제공한 비행기를 타고 북한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한 다음 오후 7시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서 미국으로 출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