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수입 철강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겠다고 4일(현지시간) 예고했다. 철강·알루미늄 수출국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해 유럽에 ‘덤핑 판매’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대항해 ‘맞보복’할 수 있는 법률안에 서명했다. 미국의 보호주의를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무역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7월부터 EU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예비 조치(세이프가드)를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관세 때문에 대미 수출이 막힌 아시아 철강이 유럽으로 우회해 유입되는 증거들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수입 증가로 관련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경우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200일 동안 임시 보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EU는 미국이 지난 1일부터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각각 25%, 10%)를 부과한 데 대해서도 WTO에서 분쟁 절차를 밟고 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미국이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데 대해 “철강보다 더 큰 보복을 초래할 수 있다”며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 극도로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지난해 8월 채택한 ‘미국의 적들에 제재 조치를 통한 대응법’에 대항할 수 있는 법률안에 이날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대통령 결정으로 미국 등 국가는 물론 개인과 기관도 제재할 수 있다. 법안엔 특정 분야 국제 협력 중단, 특정국에 대한 상품과 원자재 수출입 금지, 러시아 정부 조달사업 참여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