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돌변… "中 ZTE 사업 재개 돕겠다"
"中 너무 많은 일자리 잃어
시진핑과 신속히 협력할 것"
중국측 저항 낮출 전략인 듯
퀄컴·인텔 등 美 기업도 피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ZTE가 신속히 다시 사업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무부에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너무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고도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유엔의 대(對)북한 및 대이란 제재 조치를 위반한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 부품기업과 거래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국유기업인 ZTE는 통신장비업계 세계 4위, 스마트폰업계 세계 9위로 임직원이 7만5000명에 달한다.
지난 1분기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84%를 퀄컴에서 조달하는 등 미국 부품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제재 직후인 지난달 말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ZTE는 화웨이와 함께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의 핵심 기술기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ZTE 제재는 양국의 핵심 현안이었다. 지난 3~4일 베이징에서 열린 1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도 중국 측은 ZTE 구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ZTE에 강력한 제재를 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놀랄 만한 개입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ZTE 제재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폴 트리올로 유라시아그룹 연구원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ZTE가 망한다면 많은 중국 도시에서 아이폰이 불타는 걸 보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ZTE는 “지난해 퀄컴, 브로드컴,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211개 미국 기업과 거래했으며 거래액은 23억달러(약 2조450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중국과 모종의 합의? 협상전략?
미·중 양국은 통상전쟁 출구를 찾기 위해 이번주에 2차 고위급 협상을 이어간다. 류허(劉鶴)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15~19일 워싱턴을 방문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차 협상에서 ZTE 논의가 속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에서도 일방적으로 관세를 발표한 뒤 협상을 통해 각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고 있다.
ZTE 구제책이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도 아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혼란이 생기자 ‘상무부가 ZTE 문제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