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자연재해로 바닐라 가격이 은(銀)보다 비싸지면서 영국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BBC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 아이스크림 제조업체는 재고 관리 비용이 들어도 바닐라를 미리 대량 구매해놓거나, 아예 바닐라 아이스크림 판매를 중단했다고 전했다.

바닐라 가격은 2년 연속 오르며 ㎏당 600달러(약 65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당 580달러가량인 은값(국제 시세 기준)보다 높다. BBC에 따르면 잉글랜드 아이스크림 업체 스넉베리스는 올 들어 바닐라를 지난해보다 30배 높은 가격에 사들이고 있다. 여름철 성수기엔 1주일에 약 5t 이상의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이 업체는 폭등한 가격 때문에 지난해부터 연간 단위로 바닐라 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가 파는 40종의 아이스크림 중 3분의 1가량에 바닐라가 들어간다. 스넉베리스 관계자는 “바닐라 재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이 비용을 흡수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런던 아이스크림 업체 루비바이올렛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아예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판매 목록에서 제외했다.

바닐라 값이 폭등한 이유는 지난해 3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을 강타한 사이클론(열대성 태풍) 때문이다. 세계 바닐라의 75% 이상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재배되는데, 태풍으로 이 지역 바닐라 농장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었다. 농업컨설팅업체 IEG의 줄리안 게일 상품애널리스트는 “가격 급등세가 조만간 진정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공급에 비해 워낙 수요가 강해 바닐라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닐라 가격 상승은 아이스크림 외에 단 음식과 주류, 향수, 화장품 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천연 바닐라의 대체품인 바닐린(바닐라 향을 내는 합성 향신료) 값도 크게 올랐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