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한 금융회사가 하루 5시간만 근무하는 ‘주 25시간 근무’ 실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7일 보도했다. 이 회사가 1년 이상 실험한 결과, 회사 전체 생산성은 별 문제가 없었지만 직원 간 생산성 차이가 부각되며 불협화음이 커지고 직원 간 관계가 각박해지는 등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 호바트시에 있는 직원 30명가량의 금융자문회사 콜린스SBA는 지난해 1월 법정근로 시간(주 40시간)보다 적게 일하는 주 25시간제를 도입했다. 소비자 접수 창구를 제외한 회계사, 컨설턴트 등 대부분 직원의 근무시간은 하루 8시간에서 5시간(오전 8시~오후 1시 또는 오전 9시~오후 2시)으로 변경됐다. 임금 삭감은 없었다.

이 회사의 근무시간 단축 실험은 최고경영자(CEO)인 조너선 엘리엇 사장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그는 개인 사정으로 우연히 단축근무를 해 보니 하루 업무를 5시간이면 다 끝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회사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1년 이상 지난 지금, 병가를 내는 직원이 크게 줄어들었고, 일부 직원은 기록적인 영업실적을 내기도 했다. 특별한 성과 없이 1시간 넘게 늘어지던 회의는 1주일에 한 차례 10분 정도의 간이 미팅으로 바뀌었다. 할 일을 마치고도 상사 눈치를 보며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서 시간을 때우는 일도 사라졌다.

문제점도 나타났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가려져있던 직원 간 생산성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떤 직원이 10시간 넘게 붙잡고 있는 일을, 다른 직원은 3시간 만에 처리했고, 남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데도 추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부각됐다.

일부 직원은 근무시간이 줄어들면서 직원 간 소통이 부족하고 협업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불만 때문에 회사를 옮긴 직원도 생겼다.

2015년 하루 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던 미국 서핑보드 제조사 타워패들보드는 이 같은 문제로 하루 8시간 근무제로 되돌아갔다. 콜린스SBA는 하루 5시간 근무 실험을 계속할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