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구글’을 써볼 것을 권했을 때 흘려들었는데, 그때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5일(현지시간)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아마존 등 기술주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알파벳 주가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버핏은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은 데 대해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는 기적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며 “문제는 내가 뭔가 기적적이라고 생각하는 일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해선 “게이츠와의 우정 때문에 (투자했다는) 추측이 나올 수 있어 투자하지 않았다”고 했다.

버핏은 기술주 중에선 애플에만 투자하고 있다. 2016년 주식을 사기 시작했다. 애플이 배당을 늘리는 등 가치주 행보를 보인 게 투자 동기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버핏은 애플이 지난 1일 1000억달러(약 107조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데 대해 “애플 지분 5%를 갖고 있는데 자사주 매입 덕분에 6~7%로 늘어나게 됐다”고 기뻐했다.

주총에선 후계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87세인 버핏이 은퇴한 뒤에도 벅셔해서웨이가 뛰어난 투자 성과를 낼까’라는 의문에서다. 버핏은 ‘현재 반(半)퇴직 상태가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수십 년 동안 반퇴직 상태였다”며 “투자 결정은 대부분 경영진에 맡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현재의 명성은 벅셔해서웨이의 것이며 나와 찰스 멍거 부회장 덕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올초 그레그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 아지트 자인 보험부문 부회장을 승진시키며 ‘후계자 후보’라고 발표했다.

1086억달러(1분기 말)에 달하는 벅셔해서웨이의 보유현금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버핏은 “배당에는 계속 반대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특별 배당을 줄 가능성’에 대해서도 “매우 희박하다”고 했다. 그는 “자본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주주에게 돌려줄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고 설명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