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꾸준히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유럽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에 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중국과 유럽이 잇따라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나서면서 교역이 위축될 조짐이다. 국제 유가는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고 금리 상승세도 가파르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성장세 제동 걸린 유럽

유럽 경제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태트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로 지난해 4분기의 0.7%보다 크게 낮아졌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2.5%로 지난해 4분기의 2.8%에 못 미쳤다.
美 경기 좋지만… 유럽·신흥국 경제는 '불안'
유로존 1, 2위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부터 주춤하다. 독일의 지난 2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6% 감소해 2015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도 전달보다 3.2% 감소했다. 프랑스의 1분기 경제성장률도 전분기 대비 0.3%로 지난해 4분기의 0.7%보다 나빠졌다.

지난겨울 유럽에서 발생한 한파와 독일의 노조 파업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했지만, 경기지표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악화됐다는 점에서 유럽 경제의 성장세가 꺾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유로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6.2로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은 넘었지만 연초 60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흐름이 달라졌다. 스티븐 브라운 캐피털이코노믹스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성장세가 둔화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상전쟁과 고유가도 복병

미국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주요 지표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무역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 간 보복 관세 조치가 본격화하면 글로벌 교역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조사한 4월 해외주문지수는 50.7로 3월(51.3)보다 하락했다.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브렌트유가 최근 배럴당 75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제 유가는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3M, 아메리카에어라인 등은 연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캐터필러도 앞으로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브라질 등 신흥국도 불안신호

신흥국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2일 달러당 3.549헤알로 2016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브라질 경제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된 영향이 크다. 브라질은 물가상승률이 1월 0.29%에 이어 2월 0.32%로 0%에 가까워져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터키 리라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4.177리라로 역대 최저 수준(4.192리라)에 근접했다. 경상수지 적자, 재정 적자,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 등으로 터키 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하향 조정한 것이 리라화 가치 급락을 불렀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