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나소닉의 미국 자회사가 중동 국가의 정부 관계자를 고문으로 영입한 뒤 보수를 지급했다가 미국 정부로부터 ‘뇌물’ 판정을 받았다.

2일 일본 언론과 미국 법무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파나소닉의 미국 자회사 파나소닉애비오닉스(PAC)는 중동의 한 국영항공사로부터 7억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이 나라 정부 관계자를 고문으로 영입한 뒤 2008~2014년에 총 87만5000달러(약 9억4000만원)를 보수로 지급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겼고, 지급액도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로 계상했다.

해당 중동 항공사는 국가 관광정책의 일환으로 신형 항공기 도입과 기내 설비 확충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SEC는 구체적인 항공사 이름을 명시하지 않은 채 중동 국가 소속이라고만 밝혔다.

파나소닉은 PAC의 부패 혐의 등과 관련해 미 정부에 2억8060만달러(약 3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 사법당국은 이 사건을 별도로 기소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선 외국 공무원에 대한 뇌물을 금지하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미국 이외 지역의 부패에 대해서도 이 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 SEC는 뇌물지급 건과 별도로 PAC가 2012년 2분기 결산에서 8200만달러어치 매출을 잘못 보고하는 회계부정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