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이 사흘 사이 두 차례에 걸쳐 ‘핵심기술 공략’을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중국 첨단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주재한 중국 공산당 정치국 ‘경제형세와 경제업무’ 회의에서 “핵심 첨단기술 육성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지난 21일 인터넷안전정보화업무회의에서도 “정보화를 중화민족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보기술(IT)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술, 산업, 정책에서 역량을 발휘해 제도적 환경을 완비하고 기초 연구와 기술 혁신을 연계해 응용기술 장벽을 한꺼번에 돌파해야 한다”며 기술 자립을 위해 국가적인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는 가운데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 여전히 약점이 많다고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2위 통신장비 기업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16일 미국은 ZTE에 대해 향후 7년간 미국 반도체 구입을 금지했다. 북한과 이란에 휴대폰과 서버 등을 판매한 혐의다.

ZTE는 제품 생산이 마비될 상황에 몰리며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국 내 협력업체 피해 등을 호소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ZTE는 통신장비 시스템 반도체의 25~30%를 미국에서 조달하며, 스마트폰에는 구글의 운영체계(OS)인 안드로이드를 사용한다. 이들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회사 화웨이 제품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