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메르켈 방미…내달 시한 이란핵·무역이 최고쟁점
"이란핵합의 보는 미국 우려 두고 美-EU 타협 가능성"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방침 협상 결과도 주목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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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주 예정된 미국 방문 기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핵·무역 담판'을 짓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부터 미국을 처음으로 국빈 방문하는 마크롱 대통령은 뚜렷한 의제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 들어간다.

WP는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타협안이 가장 큰 의제라고 지목했다.

이란 핵합의 다음으로는 미국의 관세폭탄을 맞을 수 있는 유럽 산업,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기후변화 대응, 러시아발 안보문제, 북핵문제, 대테러, 시리아 공조 등이 거론된다.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양측간 정상 회담을 앞두고는 긍정적인 신호도 포착된다.

WP는 미국과 유럽 간 협상에 관여한 관리들에 따르면 이란 핵합의를 둘러싼 미국의 주요 4가지 우려에서 중대한 진척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된 우려 사항들을 두고 유럽이 보완책을 마련, 양측간 타협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이 부실하다고 보는 이 4가지 항목은 ▲특정 기간 이후 이란의 핵 활동이 제한받지 않는 일몰조항 ▲핵시설 검증 규정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개발을 억제할 수단의 부재 ▲시리아를 포함한 중동 내 이란의 활동에 대한 새로운 조치다.

트럼프의 비판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유럽은 이미 초안까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 선언문 1개와 하위 문서 3개로 구성된 이 초안은 다른 국제 협약들이 향후 10년 내 기한이 만료되는 제약을 넘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 금지가 '공동의 이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 관련 감시 활동을 확대하고 이란이 대륙 간 탄도미사일 개발 추진 시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는 약속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유럽, 이번주 트럼프와 '이란 핵합의·무역' 담판 짓는다
WP는 협상의 중대한 진척 정황으로 그간 이란 핵합의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의 누그러진 태도를 들었다.

폼페이오 지명자는 이란에 무력을 행사할 것 같은 언사를 내놓다가 최근 외교적 해결책으로 방점을 옮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상 회담에서 핵합의를 근본적으로 변경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7월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 6개국과 맺은 협정이다.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관련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를 미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최악의 합의'로 부르며 파기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해달라고 촉구해 왔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5월 12일 이전에 결판을 내려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협상이 없으면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시한이다.

WP는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 수십 년간 가장 중대한 대서양 간 파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유럽, 이번주 트럼프와 '이란 핵합의·무역' 담판 짓는다
유럽 지도자들과 트럼프 대통령의 워싱턴 회담에서는 '무역 담판'도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유럽 정상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 이란과 대립하는 과정에서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등 통상 문제까지 짊어진 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1일부터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마크롱과 메르켈은 각각 '마감일'에 임박해 워싱턴으로 향하는 형국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동맹국들"이라면서 무역 담판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드러내 보이면서도 EU가 직면한 미국과의 긴장 국면도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도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 유럽과 무역전쟁을 하고 시리아, 이란에 대해서도 전쟁을 한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동맹이다.

동맹들과 무역전쟁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부터 사흘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27일 하루 동안 워싱턴을 찾는 메르켈 총리와 각각 정상 회담을 한다.

이번 유럽 지도자들의 잇따른 미국 방문은 프랑스, 독일, 영국 정부 관계자들과 미국 교섭 담당자간 몇 달간의 협상 끝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