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년 역사의 제록스를 인수하려던 일본 후지필름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제록스 3대주주로 행동주의 투자자인 다윈 디슨이 이번 인수합병(M&A)에 반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디슨의 배후에는 제록스 1대주주면서 역시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슨과 아이칸은 제록스 지분 24.9%를 보유하고 있어 이들이 반대하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디슨은 “제록스 이사회가 지난해 11월 (후지필름과 합병을 주도하는) 제프 제이컵슨 최고경영자(CEO) 해고를 고려했다”며 “이사회가 후지 측과의 M&A 협상을 멈추라고 말했지만 제이컵슨이 지침을 무시하고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협상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후지필름은 올 1월 프린터·복사기 제조회사 제록스를 6710억엔(약 6조5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지 측은 이를 위해 제록스 주주들에게 주당 약 9.8달러, 총 25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특별현금배당을 하기로 했다. 제록스 시가총액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러나 아이칸과 디슨은 이 거래가 “제록스의 가치를 심하게 저평가했다”고 비판했다. 두 사람은 제록스 이사회에 제이컵슨 CEO를 즉시 해임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들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후지가 제록스를 훔쳐가도록 내버려두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로버트 키건 제록스 회장은 “제이컵슨이 후지필름과의 협상에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말해 합병 추진 측에 힘을 실어줬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